처음부터 백화점은 유모차를 대여해 주지 않았었다.
유모차 끌고 백화점 오는 여자들의 진실을 알고 있는가?
굳이 어린 아기를 데리고 백화점까지 왕림하신 이유를 정말 알고 있는가?
그러니까 그렇게 어리고 작은 아기를 둘러업고 꼭 싸매고 백화점까지 와야만 하는 이유는 : 지극히 사치스러워서도 또는 여유로워서도 아니다. 갈 곳이 백화점뿐이기 때문이다.
사람들은 겪어봐야 아는 것이 있다. 결혼식이라는 것에도 대단함이 담겨있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는 그 '결혼식'을 해봐야 안다. 적어도 당사자까지 아니어도 참여하는 한 가족으로 겪어내면 그 의미의 깊이를 알게 된다.
결혼식을 해보니 그런 식에 늦게 갔었던, 또는 딱 맞춰 갔던 과거의 내가 싫어졌다. 내 결혼식을 치른 후에 나는 꼭 1시간 전에는 남의 결혼식에 간다. 그리고 청첩장도 소중히 여기고 그날의 신부와 신랑에게 최대한 집중하여 그 행사를 즐기다 온다. 맞다, 해봐야 안다.
아기를 낳아 기르니 엄마들이 왜 그러는지_ 아기아빠들이 왜 그러고 사는지_ 알게 되었다. 그전에는 예쁜 아기 사진을 올리는 그 모습에만 취중 되어 그래서 너 잘 살고 있구나 바라보던 사람들이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. 번화한 백화점에서 만났던 일고 사실은 만날 곳이 그곳뿐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는 결국 내가 아이를 낳아본 뒤였다.
맘 편하게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서울 시내에 백화점뿐이었다. 유모차도 대여가 가능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도 있고 거기에 완벽한 수유실과 가족화장실 그리고 기저귀 교환대와 이유식을 먹일 수 있는 전자레인지까지 완벽하게 제공하는 공간은 창문이 없는 네모난 그 건물 그러니까 바로 백화점이었다.
유모차를 끌고 나가보면 안다.
얼마나 길이 울퉁불퉁한지, 그리고 가야 하지만 갈 수 없는 공간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.
편의점에 유모차를 끌고 갈 수도 없고, 진입도 불가하다. 그러면서 생각했다. 휠체어를 평생 타야만 하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고 말이다. 역시 사람을 당해봐야,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.
언제부터인가 백화점에서 유모차대여서비스를 시작하였다. 그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은 환호하였다. 뉴스에서도 이 소식을 전했었다. 그만큼 그전에는 없던 서비스였고 그렇게 역사가 탄생되었다.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유모차를 안락하고 깨끗했으며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. 이제 백화점에 아기를 데려가 유모차에 눕히고 잠시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되었다. 그러니까 엄마들의 약속장소는 백화점이 되었다. 굳이 백화점까지 나와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야만 한다. 그래야 오늘밤도 고되게 육아를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길지 모른다.
그렇게 약속 잡아 친구를 만나고 지인을 만나도 온전히 편하지만은 않다. 그 좋은 유모차에서 아기가 깰까 봐 노심초사해야 하고 때맞춰 유축이라도 해야 한다면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래저래서 그러니까 지금 젖을 짜러 화장실에 가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.
그래도 백화점은 좋다. 그렇게 시작한 유모차서비스는 엄마들의 눈높이를 맞췄고 취향을 더 맞춰나아 갔다. 그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수많은 아웃렛과 백화점에 수유실과 놀이실 그리고 기저귀 교환대까지 갖춰지게 되었다.
우리나라는 참 좋다. 외국에 나가보면 이런 시설 상상도 못 한다. 꽤나 오래된 기저귀 교환대가 달려있다면 다행이다. 앞으로도 나는 출산율이 더 내려가지 않게 엄마들을 위한 시설확충을 장려한다. 아니, 출산율이 적더라도 그만큼 더 귀하고 소중한 아기와 엄마들을 위해 모든 것이 더 좋아지길 바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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